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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그 달콤함의 유혹 [건강 상식 013]

캐나다 제이슨 2026. 5. 19. 10:10

탄수화물, 그 달콤함의 유혹 [건강 상식  013]

 

조선시대의 고봉밥

 

잘 알려져 있다시피 조선시대 사람들의 식사량은 어마어마했다. 사극이나 옛 사진 속 그들이 마주한 밥상은 그야말로 하늘 높이 솟아오른 고봉밥이었다. 현대인의 기준으로 보면 두세 공기는 족히 넘는 엄청난 양의 탄수화물(Carbohydrate) 덩어리다. 흥미로운 점은 그렇게 엄청난 양의 밥을 매일 먹고도 그들에게는 비만이나 당뇨병 같은 현대식 대사 질환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그들의 삶 자체가쉬지 않는 노동(Relentless Labor)’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밭을 갈고, 짐을 나르고, 물을 긷는 모든 일상 자체가 엄청난 물리적 에너지 소모(Energy Expenditure)를 필요로 했다. 고봉밥을 통해 섭취한 엄청난 양의 포도당(Glucose)은 몸 안에 지방으로 쌓일 틈도 없이, 매 순간 근육의 연료로 격렬하게 불타 없어졌다. 따라서 현대처럼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이 대규모 사회 문제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또 다른 비밀은 영양학계에서 말하는 '단백질 지렛대 가설(Protein Leverage Hypothesis)'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의 몸은 하루에 필요한 일정량의 단백질(Protein)을 채울 때까지 계속해서 음식을 섭취하려는 생리적 욕구를 지닌다. 당시 조상들의 식단은 고기나 생선 같은 단백질원이 턱없이 부족했고, 대부분 밥과 나물 위주였다. 따라서 쌀에 포함된 미량의 단백질이라도 모아 신체가 요구하는 필수 기준량을 채워야 했기에  많은 양의 밥 섭취를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현대인에게 주어지는 달콤함의 유혹

 

그러나 현대인은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손가락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정적인 라이프스타일(Sedentary Lifestyle) 속에서 조상들처럼 고탄수화물 식이를 고집하는 것은 몸의 대사 시스템에 큰 부담을 준다. 이 것은 몸을 천천히 망가뜨리는 맛있는 유혹이다.

 

현대인들의 대사 붕괴 과정은 생각보다 정밀하고 치명적이다. 우리가 정제된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체내는 순식간에 혈당 폭풍(Glucose Spike)을 맞이하게 된다. 급격히 올라간 혈당을 낮추기 위해 췌장에서는 인슐린(Insulin)을 쉴 새 없이 뿜어낸다. 하지만 넘쳐나는 포도당은 세포의 에너지로 다 쓰이지 못하고  남게 된 포도당은 우선 글리코겐(Glycogen)의 형태로 저장된다.

 

그런데, 우리 몸의 이 임시 저장고는 생각보다 작다. 결국 갈 곳을 잃은 잉여 포도당은 간(Liver)으로 흘러 들어간다. 간은 이 당분들을 중성지방(Triglyceride)으로 바꾸는지방 공장가동을 시작한다. 간은 이 중성지방을 담은 초저밀도 지질단백질(VLDL)을 과잉 생산해 혈액으로 내보내고, 지방 세포는 VLDL에서 중성지방을 받아서 지방을 저장하여 부풀기 시작한다. 이 결과로 남자들은 내장 지방이 생기면서 뱃살이 나오기 시작하고, 여자들은 피하지방을 축적하게 된다.

 

간 자체도 최대한 중성지방을 저장하며, 결국 지방간(Fatty Liver)이 발생한다. 이 단계에 이르면 혈액 속은 매우 높은 중성지방 수치를 가지는 이상지질혈증(Dyslipidemia) 상태가 되며 온갖 혈관 질환의 씨앗이 뿌려진다.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방세포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대해지면, 이들은 혈중으로 유리 지방산(Free Fatty Acid)을 무차별적으로 뱉어내기 시작한다. 이 넘쳐나는 기름 성분들은 췌장, 근육, 심장 등 원래 있어서는 안 될 장소에 쌓이며 세포를 파괴하는 지질독성(Lipotoxicity)을 유발한다. 동시에 비대해진 지방 조직은 전신에 만성 염증(Inflammation) 반응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을 방출한다. 지질독성과 염증의 협공 속에서 세포들은 인슐린의 신호를 거부하는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을 획득하게 된다.

 

마지막 종착지는 췌장의 파멸이다. 세포들이 인슐린을 거부하니, 췌장의 베타세포(Beta-cell)는 혈당을 낮추기 위해 죽기 살기로 인슐린을 쥐어짜 내며 과로한다. 그러나 인간의 장기는 한계가 있다. 결국 과부하에 걸린 베타세포는 스스로 사멸(Apoptosis)의 길을 걷게 되고, 우리 몸은 스스로 혈당을 조절할 능력을 영영 상실하는 제2형 당뇨병(Type 2 Diabetes)에 이르게 된다.

 

물론 인슐린 저항성은 단순히 탄수화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운동 부족, 수면 부족·만성 스트레스, 유전적 요인 등이 함께 작용하는 복합적 현상이지만, 주 요인은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점점 더 달아가는 음식들. 자장면도 달고, 냉면도 달다. 탕후루, 두존꾸, 버터떡 모든 지나가는 유행에 단 맛은 단골손님이다.우리 신체는 탄수화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적정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대인의 식탁을 혀와 뇌는 좋아하지만 우리 몸 자체는 SOS를 외치고 있다. 덕분에 대한민국 성인의 상당수가 대상증후군을 앓고 있으며, 청년 당뇨, 심지어는 소아 당뇨까지 증가하고 있다.

 

우리 몸의 대사 질환은 급변하는 문명 속에서 우리 신체가 보내는 비명이다. 과거 고봉밥을 먹었던 문제가 없던 조상들과 달리 활동량 바닥을 치는 현대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 대부분의 모습을 대사증후군이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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