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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면 안 되는 이유 - 지방간과 비만의 진실 [건강상식 021]

캐나다 제이슨 2026. 6. 4. 08:45

술 마시면 안 되는 이유 - 지방간과 비만의 진실

 
술을 마시면 왜 이토록 빨리 취할까?
 
대부분의 영양소는 위를 거쳐 소장에 도달해야 본격적으로 흡수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Ethanol)은 화학 구조가 매우 단순하고 물과 기름 모두에 잘 녹는 성질을 지니고 있어, 우리 몸의 점막을 거침없이 통과한다.
 
술을 마시면 에탄올의 약 10~30%는 위벽에서 별다른 소화 과정 없이 즉각적으로 흡수된다. 공복에 술을 마실 때 유독 취기가 빠르게 올라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위를 통과한 나머지 70~90%의 에탄올 역시 소장 상부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흡수된다. 이렇게 혈류로 스며든 에탄올은 온몸의 혈관을 타고 순식간에 전신으로 확산된다.
 
혈액을 타고 흘러간 에탄올이 뇌에 미치는 영향
 
혈관에 올라탄 에탄올은 작은 분자 크기와 높은 막 투과성을 무기로 삼엄한 '뇌혈관 장벽(BBB; Blood-Brain Barrier)'을 비교적 쉽게 통과하기 때문에 뇌세포에 도달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뇌에 도달한 에탄올은 신경전달물질계의 균형을 뒤흔들며 다양한 감정과 신체 변화를 만들어낸다.
 
에탄올은 뇌의 대표적인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수용체인 가바(GABA) 수용체를 자극한다. 이로 인해 뇌의 전반적인 활성이 가라앉으면서 몸이 이완되고, 졸음이 오거나 행동과 말투가 느려지게 된다.
 
반대로 뇌를 자극하는 글루타메이트(Glutamate) 수용체의 기능은 억제한다. 특히 이성은 제어하고 판단을 담당하는 대뇌 피질과 전두엽 기능이 둔화되면서 이성적인 판단력이 떨어지고 평소보다 과감하거나 무모한 행동을 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쾌락과 보상을 담당하는 도파민(Dopamine) 분비를 촉진한다. 술을 마실 때 일시적으로 기분이 고조되고, 세상의 시름이 잊히는 듯한 해방감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이 도파민의 마법 때문이다.
 
왜 지방간이 탄생할까? 살이 찌는 이유는?
 
뇌를 적신 에탄올은 결국 우리 몸의 거대한 화학 공장인 간으로 모여든다. 장에서 흡수된 혈액이 모이는 간문맥(Portal vein)과 전신을 돌고 온 동맥혈을 통해 간으로 들어온 에탄올은 본격적인 해독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방간의 비극과 비만의 비밀이 시작된다.
 
간세포는 에탄올을 아세트알데하이드(Acetaldehyde)라는 고독성 물질로 바꾼 뒤, 다시 독성이 없는 아세테이트(Acetate)를 거쳐 세포 에너지 대사의 중심 물질인 아세틸-CoA(Acetyl-CoA)로 변환시킨다. 특히 에탄올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는 DNA와 단백질을 손상시키는 강한 독성 물질로, 숙취와 조직 손상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NAD⁺'의 고갈이다. 에탄올을 두 단계에 걸쳐 분해하는 동안, 간세포 내의 산화효소들은 NAD⁺를 소모하여 NADH로 바꾸어 버린다. 술을 많이 마실수록 간세포 안에는 NADH가 과잉 축적되고, 정상적인 세포 호흡과 에너지 대사에 필요한 NAD⁺는 부족하게 된다.
 
NAD⁺가 부족해지면 우리 몸의 주요 에너지 발전소인 'TCA 회로(TCA cycle)'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연료(Acetyl-CoA)는 해독의 산물로 넘쳐나는데, 정작 이를 태울 공장(TCA 회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갈 곳 잃은 아세틸-CoA는 지방을 합성하는 경로로 우회된다.
 
아세틸-CoA는 말로닐-CoA(Malonyl-CoA)를 거쳐 팔미트산(Palmitic acid) 같은 포화지방산(Fatty acid)으로 합성되어 간세포에 차곡차곡 쌓인다. 이것이 바로 술이 만드는 '지방간'의 실체이다. 탄수화물이나 기름진 안주를 먹지 않아도, 술 그 자체의 대사 경로 때문에 간에 기름이 끼는 것이다.
 
아세틸-CoA가 지방화가 잘 일어나지 않으면 아세틸-CoA 두 개가 결합하여 아세토아세테이트(Acetoacetate)가 되고, 이후 복합 과정을 거쳐 베타-하이드록시부티레이트(beta-Hydroxybutyrate), 아세톤(Acetone) 같은 케톤체(Ketone body)를 형성하기도 한다.
 
알코올은 1g당 약 7kcal의 높은 열량을 주지만 비타민이나 미네랄 같은 필수 영양소는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영양소는 없으면서 몸에서 최우선으로 연소되기 때문에, 술과 함께 먹은 안주가 연소될 기회를 잃고 고스란히 우리 몸의 간과 복부와 피하지방으로 축적되어 체중을 늘리는 주범이 된다.
 
와인은 정말 몸에 좋을까? 적포도주의 오해와 진실
 
흔히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를 말하며 적포도주가 심혈관 건강에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때 등장하는 핵심 성분의 정확한 명칭은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다.
 
프랑스인들이 포화지방이 가득한 음식을 먹으면서도 심장병 발병률이 낮은 이유가 레드 와인 속 레스베라트롤의 강력한 항산화 및 항염증 작용 덕분이라는 이론이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의 현대 의학과 대규모 역학 조사들은 이 환상에 냉정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포도주에 들어있는 레스베라트롤의 양은 실질적인 건강 이득을 얻기에는 터무니없이 적다. 심혈관 질환 예방이나 항산화 효과를 유의미하게 얻으려면, 매일 수십 병에서 수백 병의 와인을 마셔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레스베라트롤의 이점을 얻기 전에 알코올 독성으로 간과 뇌가 먼저 파괴될 것이다.
 
결론 – 술은 자제해야 한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의학계의 공식 입장은 "건강에 이로운 안전한 음주량은 존재하지 않으며, 가장 건강한 음주는 금주"로 모이고 있다. 또한 최근 대규모 연구들은 소량 음주조차 암 발생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다는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술은 인류의 오랜 친구로서 적당한 흥취와 관계의 윤활유가 되어주지만, 그 이면에서 우리 세포는 NAD⁺ 를 갈구하며 비명을 지르고 지방을 쌓아 올리는 고된 노동을 감내하고 있다.
 
적포도주나, 여러 가지를 좋은 원료를 혼합한 몸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득보다는 해가 더 큼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간과 뇌의 평화를 위해, 술잔을 채우기보다는 절제의 지혜를 채워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지미는 퍼가실 수 있습니다만 출저를 밝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