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의 캐나다에서의 삶

신앙/신앙 사색

성결교회의 유신진화론 이단 규정 뉴스를 듣고 - 반지성주의가 몰고 온 참담한 미래

캐나다 제이슨 2026. 6. 13. 11:26

성결교회의 유신진화론 이단 규정 뉴스를 듣고 - 반지성주의가 몰고 온 참담한 미래

 

최근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120차 총회에서 유신진화론을 공식 이단으로 규정하는 긴급 동의안이 가결되었다. 재적 대의원 550명 중 382명이라는, 거의 3분의 2에 달하는 압도적인 찬성이었다. 성결교단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신학적 순결주의와 근본주의 색채가 강한 예수교대한성결교회(예성)가 아니라, 타 교단 및 세계 교회와 비교적 온건하게 교류해 온 '기성'에서 내린 결정이기에 그 충격과 씁쓸함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교단의 울타리를 지키겠다는 명목 아래 자행된 이번 결의는 한국 교회의 지적 고립을 스스로 자초한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교단 이단대책위원회(이대위)가 유신진화론을 이단으로 묶은 교리적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하나님의 완전한 창조를 부정하고 계속 창조를 주장한다는 점, 첫 인간 아담의 역사성을 부인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 사역을 흔든다는 점, 죽음을 죄의 결과가 아닌 진화의 자연 현상으로 본다는 점, 그리고 창세기 초반부를 신화로 해석하여 성경의 역사성을 부정한다는 점이다.

 

과연 이 주장들이 성경과 신학의 본질에 부합하는지, 유신진화론의 관점에서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

 

교단의 입장과 나의 반문

 

1] 완전한 창조와 계속 창조의 대립에 대하여

 

교단의 입장: 성경은 하나님이 세상을 완전하게 창조하신 후 '안식'하셨다고 고백한다. 반면 유신진화론은 생명체가 계속 진화한다는 '계속 창조'를 주장하므로 창조의 완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나의 반문: 유신진화론이 말하는 '계속 창조'는 하나님의 창조 행위가 과거의 한 시점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대자연의 법칙을 통해 만물을 붙들고 운행하시는 하나님의 지속적인 섭리를 뜻한다. 과학이 밝혀낸 진화의 메커니즘은 하나님이 세상을 무질서하게 방치하신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피조세계가 스스로 발전하고 다양해지도록 내재적 가능성을 지닌 정교한 '자연법칙'을 부여하신 창조주의 위대한 지혜로 해석해야 타당하다.

 

2] 아담의 역사성과 구속론의 훼손에 대하여

 

교단의 입장: 유신진화론은 인간을 진화 과정에서 출현한 동물의 하나로 보아 첫 인간인 아담의 역사적 실존을 부인한다. 이는 인류의 원죄와 이를 대속하기 위해 '둘째 아담'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다.

 

나의 반문: 생물학적으로 인류가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다고 해서 아담의 신학적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께서 오랜 세월에 걸쳐 인류를 현대의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시키신 후, 특정 시점에 그들에게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이라는 영적 지위와 호흡을 불어넣으셨다고 보는 것이 현대 과학과 신학을 모두 존중하는 길이다. , 아담은 연대기적 단 한 명의 개인이 아니라 '영적 인류의 시작이자 대표'를 의미한다. 이렇게 해석하더라도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인류를 위해 '대표자'로서 십자가 대속을 이루셨다는 구원론의 핵심에는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3] 죽음의 기원과 죄의 대가에 대하여

 

교단의 입장: 정통 신학은 죽음을 인간이 지은 '죄의 결과'로 본다. 그러나 진화론에서는 죽음을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순환이자 진화의 과정으로 보기 때문에, 죄와 구원의 복음 핵심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나의 반문: 창세기에서 죄의 대가로 선언된 죽음은 단순히 생물학적인 세포의 사멸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과의 영적 관계가 끊어지는 '영적 죽음'을 뜻한다. 아담(인류) 이전에도 생태계에는 먹이사슬과 생물의 죽음이 존재해야만 자연의 순환과 생명이 유지될 수 있었다. 따라서 진화 과정의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죽음과, 인간이 죄를 지어 맞이하게 된 영벌로서의 단절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만약 죄의 결과가 오직 육체적 죽음뿐이라면, 아담과 하와는 선악과를 먹은 당일에 죽지 않았다는 성경의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나님께서 "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 하셨는데, 육체가 멀쩡히 살아있었다면 하나님께서 거짓말을 하신 꼴이 되지 않는가? 성경이 말하는 죽음의 본질은 영적인 소외다.

 

4] 창세기의 문학적 양식과 역사성에 대하여

 

교단의 입장: 유신진화론자 중 일부는 창세기 초반부를 바벨론 신화 등 고대 근동 신화를 각색한 형태로 해석한다. 이는 성경을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신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나의 반문: 창세기가 기록될 당시의 최초 독자들은 21세기의 현대 과학 독자가 아닌 고대 근동의 이스라엘 백성들이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문화적 배경과 눈높이에 맞춰 "세상의 주인은 주위의 다른 우상들이 아니라 오직 여호와 하나님 한 분이시다"라는 핵심 영적 진리를 계시하셨다. 성경을 현대의 과학 교과서처럼 문자 그대로 읽으려는 시도 자체가 오히려 성경의 원래 기록 목적과 텍스트의 맥락을 오해하는 것이다. 과학은 창조의 기법(How)을 설명하고, 성경은 창조의 목적과 의미(Why)를 선포할 뿐이다.

 

과연 진화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투표했을까?

 

이러한 신학적 성찰은 차치하더라도, 과연 이번 총회에서 찬성표를 던진 이들 중 현대 진화론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이가 몇 명이나 될지 깊은 의문이 든다. 오늘날의 진화론은 단순히 '원숭이가 사람이 되었다'는 식의 낡고 왜곡된 과거 관념에 머물러 있지 않다.

 

인류의 여정을 추적하는 유전자 지도, 생명의 미시적 메커니즘을 밝히는 분자생물학, 인공지능을 통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알파폴드의 단백질 젖힘(Folding) 분석, 그리고 생명의 구성 요소를 인공적으로 설계하는 합성 생물학에 이르기까지 현대 과학은 생명의 진화적 발전을 경이로울 만큼 정밀한 데이터와 인과관계로 입증해 내고 있다. 이 방대하고 고도화된 과학적 사실들을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은 채 단 몇 줄의 교리적 프레임으로 재단해 버리는 모습은 안타까움 그 자체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성경의 문자에 갇힌 교계의 뿌리 깊은 반지성주의를 그대로 드러낸다. 기성 교단은 지금 시대를 초월한 복음의 진리를 사수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인간이 짜 맞춘 편협한 교리를 사수하느라 급급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만약 이 결정이 잘못되었음을 끝내 깨닫지 못한다면 청년들의 이탈은 더욱 심해질 것이고, 결국 그 지적 자산의 손해는 교단 자체가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모습을 보며 가장 가슴 아파하실 분은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셨던 예수님이시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성경은 천국에 가는 길을 가르치지, 하늘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가르치기 위해 기록된 것은 아니다."

 

떠나가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학과 연구실에서 사실과 증거를 다루며 학문을 탐구하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의 청년들은 교회의 이러한 결정을 보며 깊은 지적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자신의 전공 학문과 신앙 사이에서 발생하는 당연한 의문조차 '이단'이라는 일방적인 낙인으로 입을 막아버리는 조직에서, 이성적 사유를 훈련받은 청년들이 머물 공간은 없다. 교회를 떠나가는 청년들을 막기는커녕,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무지와 경직성으로 그들을 교회 밖으로 거세게 밀어내고 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 교회의 참담한 현실이다.

 

하지만 지쳐버린 청년들에게 이것만은 꼭 기억해 달라고 붙잡고 싶다. 기독교 성결교회 같은 특정 교단의 교리가 시대착오적이고 잘못된 것일 뿐이지, 기독교 신앙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유신진화론을 포용하며 과학과 신학의 대화를 넓혀가는 기독교장로회나 성공회 같은 열린 교단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또한 보수적인 교단 내에 속해 있을지라도, 젊은 목회자들 중에는 현대 과학과 유신진화론에 대해 깊은 조예와 열린 마음을 가지고 고민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기독교의 본질은 시대에 따라 변하지 않지만, 그것을 담는 인간의 해석인 '교리'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고 변해야만 한다.

 

삼위일체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하셨고 지금도 다스리고 계시며,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성육신 하셔서 십자가에 돌아가시고 부활하셨으며, 성령님께서 지금도 우리와 함께 계시며, 예수님이 재림하시면 이 우주에 최종적인 완성(종말)이 임하고 천국과 지옥이 있음을 인정하고 고백하는가?

 

이 본질적인 고백을 공유하고 있다면, 당신의 생각이 어떤 교단의 굳어버린 문구와 다르다고 해서 당신이 틀린 것이 결코 아니다. 당신은 틀린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광대하심을 더 넓게 해석하고 있을 뿐이다. 지성적 정직함을 포기하지 말고, 그 넓고 깊은 신앙의 길을 계속 걸어가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마지막으로, 교단의 닫힌 벽 앞에서 외롭게 진리를 고민하는 이 땅의 청년들에게 현대 물리학의 거장이자 평생 신앙의 길을 걸었던 막스 플랑크의 이 한마디를 건네고 싶다.

 

"종교와 자연과학은 신을 필요로 한다. 종교에 있어서 신은 모든 사유의 시작에 있고, 자연과학에 있어서 신은 모든 사유의 끝에 있다. 전자에 있어서 신은 기초이며, 후자에 있어서 신은 모든 세계관적 구조의 면류관이다."

 

 

 

Flag Cou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