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의 캐나다 여행 가이드

Other Story/직장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 사오정과 오륙도 사이

캐나다제이슨 2011. 4. 1. 07:44

40대후반, 오늘부터 백수가 되었습니다.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아침 6시에 자동으로 눈이 떠집니다.

오늘부터 회사를 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 구석이 허합니다.

아니..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답답함마저 밀려옵니다.

 

건강이 매우 않 좋아진데다가..

여러가지 여건상 당분간 쉬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경제적인 것만을 생각한다면 이를 악물고 버텨야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어차피 몇 년 더 다닐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40대사망율 1위의 부끄러운 기록을 갖고 있는 사회

 

명함은 그럴싸하게 대기업 부장이라는 타이틀이 찍혀있지만..

온갖 성인병을 몸에 다 지닌채 새벽에 출근하고 밤 늦게 귀가하고..

휴일도 잊은 채 회사를 위해 청춘을 다 바친 그 시간들..

하지만 결국 어느 순간이 되면 개인적으로 시간 차가 있을 뿐 대부분 무능력자가 됩니다.

물론 안 그런 분들도 일부 있으시기는 하지만요. ^^

 

97년 외환위기로 IMF로부터 긴급구제금융을 받는 상황에 이르면서 생겨난 용어들

 

이태백 : 이십대 태반이 백수

삼팔선 : 삼십팔세가 되면 선택을 강요당한다. ( 회사에 몸바쳐 충성하면서 계속 다닐 것인지 그만 둘 것인지)

사오정 : 사십오세 정년 퇴직

오륙도 : 오십육세까지 남아 있으면 도둑놈

 

이런 용어 중에 사오정과 오륙도 사이까지 왔다면 그래도 나름 성공한 것일까요?

우리나라의 현실 여건상 대부분의 경우 65세까지는 어떻게든지 수입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왜 사오정과 오륙도 사이에 다들 그 좋은(?)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것일까요?

 

1. 직급에 강한 미련을 두는 대한민국 직장구조

   대한민국은 직장구조는 이중성을 갖습니다. 직급과 직책이라는 두가지가 공존하는 것입니다. 흔히 알고 있는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이라는 것은 직급입니다. 임원들의 경우 이사/상무/전무/부사장/사장으로 흔히 나뉩니다. 그런데 이런 직급은 그간의 경륜과 진급회수를 의미하고 대충의 년봉 범위를 알려주는 것이지 직책하고는 별도입니다. 사업부장/팀장/파트장.. 보통 이렇게 나뉘는 직책구조가 별도로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직급이 낮아도 이런 보직을 맡고 더 높은 직급을 가진 사람들을 부하직원으로 둘 수 있습니다. 즉 자신보다 직급이 낮고 나이가 어린 상사를 모시게 되는 경우가 점점 흔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경우 더 높은 직급을 지닌 사람들이 이를 잘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고 결국 퇴사로 이어지게 됩니다. 

  서양사회처럼 직급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고 Director, Manager, Engineer, Techinican, Operator이렇게 직책(직분)만 있고 년봉은 아무도 모르는 사회가 된다면 나이를 떠나 "당신은 Manager이고 나는 Engineer다"라는 개념을 가지면 참 쉬운데 대한민국은 아직 그렇지 못합니다.

  

2. 무조건 매니저가 되어야하는 사회 - 후퇴란 없다.

    입사하여 사원/대리 시절을 거쳐 과장 정도되면 슬슬 실무보다는 관리자가 됩니다. 그래서 차장이나 부장 정도가 되면 대부분 파트장이나 팀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따라 직급은 높지만 직책이 없으면 소위 무능력자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높은 임금을 주고 있는데 보직을 줄 곳이 없으니 굳이 그자리(엔지니어)에 그렇게 높은 직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유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보직자였지만 보직에서 물러나게 되면 이를 잘 감당하지도 못하게 됩니다. 소위 찍혔다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으니 더 이 회사에 남아 있기가 힘듭니다.

   서양처럼 엔지니어의 길, 테크니션의 길, 오퍼페리터의 길, 매니저의 길이 따로 따로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어느 정도 직급이 되면 무조건 다 매니저가 되어야만하는 한국 직장사회의 모순입니다.

 

3. 엄연히 존재하는 직급 정년

    공식적으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직장사회에는 직급 정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기업에서 직원 정년을 55세로 하고 있습니다만 여기서 말하는 것은 각 직급별로 암묵적인 정년이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과장은 45세, 차장은 48세, 부장은 52세 이런식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직급 정년이 있고 다음 직급으로 올라가지 못하면 결국 견디지 못하고 퇴사를 하게 됩니다. 즉 무능력해질 때까지 진급하고 드디어 무능력해지면 강퇴당하는 것입니다.

 

4. 체력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혹독한 근무여건

   40대가 되면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40대라는 것은 보직자이거나 보직자 후보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자동으로 가장 열심히 일을 해야할 나이입니다. 자신의 체력이 고갈되는 것도 모르고 새벽이슬을 맞아가면서.. 밤 이슬을 맞아가면서.. 모사에서는 부장 진급하면 야전침대를 줍니다. ㅎㅎ 괜히 40대사망율 1위겠습니까?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하는 무능력자(무체력자)면 회사를 그만 둬야합니다.

 

5. 강퇴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

    우리나라 직장문화는 "빨리빨리" + "혁신적인 아이디어" + "헌신적인 자세"입니다. 마지막 헌신적인 자세는 몰라도 앞의 두가지에 있어서 사오정과 오륙도 사이에 계신 분들이 이삼십대를 이길 수 없습니다. 이렇게되다 보니 자연히 뒤쳐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결국 무능력자의 반열에 들어서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또 아직 몇 년은 더 버틸 수 있지만 그 때 가서 강퇴당하는 것이 싫어서 미리 그만두게 되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치열한 경쟁사회, 오로지 성공만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기 위해서가는 것에 염증을 느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청소부 밥(토드 홉킨스/레이 힐버트)", "관심(척 마틴)", "세븐(알렉스 로비라)", "눈사람 마커스(잭 마이릭)" 이런 책들을 너무 많이 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진정한 도전이 무엇인지 깨달았을런지도요. ㅎㅎ
   앞의 1~4번과 겹친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어쩌면 이번 이유가 의외로 많은 분들의 이유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퇴직하고 난 뒤입니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유연하지 못합니다. 취직도 어렵고 해고도 어렵습니다. 이러다보니 건강상의 이유나 여러가지 이유로 장시간 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서양처럼 회사 잘 다니다가 1년간 세계 여행하고 나서 내가 요구되는 스펙만 만족시킨다면 다시 다른 회사에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그런 유연성이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한 회사를 오래다니는 것을 일반적으로 좋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유연하지 못한 노동시장의 그늘이 있습니다. 필요한 경력이 있다면 나이불문하고 언제든지 취직이 가능한 그런 사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이상의 나이에서 일단 한번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재취업은 상당히 어렵게 되고 취업이 되어도 특수목적으로 취업이 되기 때문에 그 효용성이 떨어지면 바로 또 퇴직처리되고 맙니다. 

  고령화되어 가고 있는 사회.. 우리 나라 직장문화가 조금 더 긍정적이고 나이에 관계없이 다닐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

 

  포스팅을 끝내려다다... ㅎㅎ

  재미삼아(?) 한번 대한민국의 경제적 구분을 한번 만들어 봅니다. 당연히 주관적인 구분일 뿐이니 돌 던지지 마시고 재미 삼아 읽어주세요~  물론 도시 기준입니다. 농어촌은 또 다른 구분이 필요하겠지요.

 

   A : 실버 스푼(Silver Spoon)

   태어나는 순간, 이미 장래가 보장되어 있는 분들입니다. 부모가 엄청난 재산가들이면서 그분들로부터 물려받을 엄청난 것이 있는 분들입니다.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다소 달라지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미 미래의 설계가 되어 있어 대부분 그대로 진행됩니다. 이런 분들끼리 서로 결혼하기 때문에 소위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합니다. 은퇴라는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B : 고소득 전문직

   굳이 어떤 직업인지 밝힐 필요가 없겠지만 출중한 능력과 노력을 통해 사회적으로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다만 아쉽게도 옛날에는 부모의 능력과 관계없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부모의 능력이 필요한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보통 원하는 나이까지 일할 수 있지만 굳이 그럴 이유를 찾지 못하고 조기 은퇴하여 인생을 즐기려고 합니다.

 

   C : 중견기업 사장(Owner)

  사회적 성공을 위해서 노력하는 분들입니다. 실패도 더러 경험하지만 그래도 사회적으로 상당히 안정된 위치를 확보하고 은퇴 시점이 따로 없습니다. A와 유사한 점이 있으나 부모들로부터의 지원된 경우도 있지만 없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D : 고소득 자영업

   처음부터 성공하지는 못한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결국 안정화를 이룬 분들입니다. 직장 다니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분들입니다. 물론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E : 대기업 임원

   피눈물 나는 노력 끝에 기업에서 별을 다신 분들입니다. 명함은 번듯하지만 일부 잘 나가는 상위그룹의 높은 임원이 아니라면 그다지 많이 벌지 못하기 때문에 상위등급에도 끼일 수도 있고 하위등급에 끼일 수도 있습니다.

 

   F : 노동귀족

   강력한 노조를 바탕으로 정년이 보장되고 화이트칼라보다 오히려 월급이 더 많은 분들입니다. 또한 퇴직금이 상당하기 때문에 은퇴후에도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죽하면 자신이 은퇴하는 대신에 아들을 입사시키는 사례도 있었고 취업을 위해 노사에 뇌물을 주기도 할 정도입니다.

 

   G : 공무원 또는 준공무원

   월급 자체는 대기업에 비하면 작지만 대부분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아껴만 살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특히 년금 수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은퇴후 아르바이트 수준의 수입만 추가 한다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H : 중소득 전문직

   비록 고소득은 아니지만 은퇴개념 없이 꾸준히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전문직입니다. 은퇴 개념이 없기 때문에 소득이 다소 작더라도 큰 무리 없이 사회생활을 영위합니다.

 

   I : 대기업 직장인

  사오정의 핵심 인물들입니다. 운좋게 사오정을 넘기는 분들도 많지만 결국 오륙도를 달성하지는 못합니다. 가장 돈 많이 들어갈 나이에 회사에서 강퇴를 당하기 때문에 평소에 부동산, 주식등으로 돈을 불려보려고 하지만 회사일에 시달리는 상태에서 노력하다보니 남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얼마 안되는 퇴직금으로 사업을 시작하거나 자영업을 시작합니다. 어떤 분들은 미리 준비하여 중견기업 사장, 고소득 자영업자 또는 중소득 전문직이 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중소기업 직장인이 되거나 저소득 전문직 또는 영세자영업자가 됩니다.

 

   J : 중소기업 직장인

  사오정조차도 힘든 분들입니다. 중소기업은 올라갈 수록 가족경영입니다. 가족이 되지 못하면 결국 사오정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직 젊은 나이에 이 회사, 저 회사를 자의 반, 타의반으로 옮겨보지만 결국 대부분 영세자영업자나 일용직으로 추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K : 영세 자영업자

  처음부터 자영업을 시작한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 회사다니시다 시작한 분들이 주류를 이룹니다. 이분 들 중에서는 성공하여 고소득 자영업자가 되는 분들도 더러 있습니다만 대부분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L : 저소득 전문직

  말이 전문직이지 사실상 비정규직에 가까운 분들입니다.

 

  M : 일용직, 비정규직

  이태백과 88세대가 여기 속하지만, 은퇴후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는 분도 속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계속 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든 분들입니다.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기업에 취직도 되지만 영세자영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욱이 자금력이 적기 때문에 노숙자가 될 확율도 높습니다.

 

  N : 생활보호대상자. 노숙자

  처음부터 생활보호대상자였거나 노숙자인 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대기업 다니다가, 중소기업 다니다가, 자영업하닥, 일용직,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가 몇번 실패하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입니다.

 

 

  여러분은 어디에 속해 있나요? 물론 실제로 이렇게 단순히 구분되지많은 않다는 것은 모두들 잘 알고 계십니다. 또한 자신의 노력에 따라서 얼마든지 더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보면 일부 영연방국가에서 실시하고 있는 민주주의를 가장한 사회주의(소득재분비가 매우 강한) 국가가 이상하게 더 부러워 보이는 것을 무슨 이유에서 일까요?

  왜 대학의 일부학과가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왜 그토록 맣은 분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지 이해가 되지만 반대로 그 많은 학생들과 청년실업자들이 저 보잘 것 없는 "I"등급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참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재산관리는 XX에 맡기시고 당신은 인생에 투자하십시요" 라는 모 회사의 광고가 앞의 어디까지에 해당될까요? D? E? ㅎㅎ

 

본 사진은 글 내용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사오정과 오륙도 사이에서 직장생활하고 계신 분들 아니면 저처럼 회사를 그만 두신 분들.. 오늘도 힘내시기 바랍니다!

저도 이제부터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글/사진 : 제이슨

 

ps 오늘 만우절입니다. 하지만 내용은 만우절과 관계가 없습니다.

 

   * 잠시기는 했지만 다음 메인에 떴네요~ ^^

 

  Vew직장에 뜰 줄 알았는데.. View에 떴습니다.

 

  취업직장 베스트.. 1등했네요~ ㅎㅎ

  좋아해야할지.. 슬퍼해야할지..

  어쨌든 읽고 추천해주신 분들과 뽑아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