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의 캐나다 여행 가이드

Korea/제주도

제주도#02 - 바람 부는 애월의 바다

캐나다제이슨 2009. 12. 12. 22:46

제주도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렌트카에 시동을 겁니다.

해외(海外)이지만 해외(abroad)가 아닌 곳 제주도에 대한 묘한 기대감이 솟아납니다.

 

그러나 그 기대감은 공항을 빠져나와 일주도로로 접어들면서 바로 깨져버립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들.. 빵빵 거리며 크락션을 울리는 차들..

한국의 여느 도시와 다름 없는 그런 느낌이 인상을 찌푸리게 합니다.

 

하지만 일주도로를 벗어나 바닷가로 향하자 이내 기분이 좋아집니다.

계획을 아예 안 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해안을 따라 갑니다.

렌트카에는 네비게이션이 기본으로 붙어 있어서 마음 놓고 기분 나는대로 갑니다.

이호해수욕장과 현사포구를 지나다가..

해안도로가 끝나니 다시 일주도로를 탑니다.

그러나 다시 해안도로가 나타나자 이내 우회전을 시도합니다. ^^

그렇게 눈 앞에 다시 나타난 바다..

 

차를 잠시 멈추고 바다 바람을 느껴봅니다.

여기는 애월읍. 아무리 따뜻한 제주도라고는 하지만 바닷가의 바람은 만만치 않습니다~

 

 고개를 돌려 제주시 쪽을 바라봅니다.

 멀리 보이는 빨간 등대가 배에게 신호를 보내주듯이..

 인생에도 저런 등대들이 많아야하는데.. ^^

 

바다 소리.. 아니 바람 소리 한번 들어보세요~

 

 이번에 빌린 차는 기아는 포르테입니다.

 한번도 안 타본 차를 타보자는 뜻에서 골라보았습니다.

 이번 여행은 마일리지 덕분에 비용이 줄었지만 한 가지 지른 것이 있어서 나머지는 다 저렴하게~~ ^^

 

 그런데 벌써 점심 시간이 되었네요.

 윙버스(www.wingbus.com)의 맛집에 소개된 화연이네집.

 음~~ 맛은 주인께는 죄송하지만 솔직히 그냥 그렇습니다.

 해물뚝배기와 옥돔구이를 나름 22000원의 거금(?)을 지불했지만

 옥돔이 오래되었는지 비린내가 진동합니다. ㅠㅠ

 비수기라서 장사가 안 되어서 그런지 생선이 오랜된 모양입니다.

 그래도 그냥 아무 말 없이 먹고 인사하고 조용히 나옵니다.

 주인도 아마 잘 알고 있겠지요..

 

 다소 꿀꿀해진 기분 그러나 바닷가을 따라 계속 차를 전진하다보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렇게 애월항을 찾아갑니다.

 

 애월항..

 항구는 언제보아도 삶의 냄새가 납니다.

 모두 다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자리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또 그 자리조차 불안해하면서 사는 모습들..

 어떻게 보면 여기에 휴가온 나보다 저기 그물 작업을 하고 있는 분들이 더 행복할런지도..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조금 당겨서 한장을 찍어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 중 찍은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중 하나입니다.)

 바람이 정말로 강하게 붑니다.

 제주도는 확실히 바람, 여자, 돌인가 봅니다.

 

 애월항을 빠져나와 다시 길을 갑니다.

 

 갈대밭..

 차를 세우고 다시 사진을 찍습니다.

 

 갈대는 꽃도 아니고 나무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사람을 끕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꾸만 인생을 생각해보니까 더욱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갈대처럼 살 수 있다는 것..

 인생을 그렇게 산다면 화내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내지 않고 사는 인생은 어떤 관점에서 볼 때 성공한 인생이 아닐런지요.. 

 

 다시 차를 몰다가 또 세웁니다.

 이렇게 드라이브를 즐기고 또 바다 바람을 맞는 것 자체가 여행입니다.

 늘 사는 곳에서 할 수 없는 것.. 그 것을 즐기는 것이 여행입니다. ^^

 

 비록 날씨는 잔뜩 흐리지만..

 바닷물 색깔은 어느 남국 못지 않게 예쁩니다.

 

바람 부는 바다~

 

 저 검은 현무암들은 옛날 한 때는 뜨거운 붉은 색이었겠지요.

 

 파도가 현무암에 부딪히면서 멋진 기둥을 만들어냅니다.

 제주도의 바다.. 가슴이 탁 트입니다.

  

파도 소리 바람 소리.. 이번 제주도의 첫 바다는 그렇게 우리 기억에 남습니다.

 

글/사진 : 제이슨